
변명5
밤을 지우는 사람에 대해
밤에는 많은 것이 담겼다. 시작과 마무리의 경계선 그 언저리 붉은빛은 언제나 영롱하더라.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백야에 사니, 하루를 잊을 수밖에. 일순간 옛적으로 돌아가버리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약하지만 조금씩 되돌아가고 있는 요즘. 밤을 지우는 일을 포기하고 있다.
영롱한 붉은빛은 속살과도 같아 여리지만 매혹적이다. 자꾸만 눈길이가고, 붙잡고만 싶다. 우리는 그걸 우울이라 표현하더라. 날카로운 것을 주변에 두면 혼을 내던 어머니는 참으로 나약하다. 언제부터인지 방 안에 무언가 자를만한 도구는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인식했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참아내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한 것 과도 같지않을까. 드륵, 드르륵 하는 환청이 들리기 시작하는 것만 같다. 자꾸만 위로 들어올리고싶다. 가라앉히고 위로 올려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그 백야를 다시 맛 볼 수만 있다면.
인정과 소속 그 사이의 유대감에 의심을 품은 순간은 어쩌면 탄생이었으리라. 탯줄을 뜯어내던 그 손길을 미약하게나마 기억하던 핏덩이는 딱 한 번 숨을 토해내고는 더는 울지 않았다더라. 다른 이의 숨을 뜯어내며 얻어 온 쌀 한 톨의 단 맛은 잊혀지지 않을 테다. 뜯겼으니 뜯는다. 단순하지만 '으니' 사이의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은 않다.
바라던 단어의 조합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흘려보내고만 있다. 그래서 사람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글을 쓰고싶었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길 바랐다. 내 생각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소속되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대들은 항상 낮에 존재해야 하기에 언젠가는 위로하는 글을 적고싶다. 밤을 잊어서야 낮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 숙명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