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2. 4. 1. 23:16

무신론자는 오늘도 8시간 째, 사라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냥. 그냥. 사라져버렸으면. 사실은 항상 남들에게서도 아무 흔적없이 사라졌음 좋겠다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아니. 뼈저리게 내 존재를 후회했으면 좋겠다. 사실은 꽤나 통쾌할 것 같거든.

기대받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럽다. 사실 나는 인간적이지 않은 인간인데. 상대의 고민을 들으면서도 그 날의 저녁거리를 고민하는 인간이 나다. 나는 정말 사람인으로서의 인간이다. 어질인따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인간. 사람과 인간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상대의 힘듦이 짐이되는 것은 누구나 그렇다던데, 상대의 힘듦이 전혀 와닿지 않은 것도 누구나 그런걸까. 내가 너보다 힘들어, 라는 말 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따위가 먼저 튀어나온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 걸까. 악의없는 순전한 호기심. 너는 나한테 어떠한 행동양상을 기대하고 있을까. 항상 상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내 식대로 행동하면 상대는 항상 위축되고, 상처받기 마련이다. 고민을 토로하는 상대 앞에서 "음,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할래?"따위의 대답은 적당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 쯤은 나도 안다. 그래서 나는 "음 그랬구나,,다행이다(고생이많네)"를 뱉어내곤 한다. 관심이 없어 듣는 척했는데 어느날부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말하는 척보다는 듣는 척이 더 쉬운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아, 사실 나는 네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노래는 도입부가 쩌는데, 이건 하이라이트지. 붐뱁은 내적댄스 트랩은 외적댄스. 미안하냐고? 미안하지 않다. 어쩌라고. 미안하지만 그저 피곤하다. 정말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