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5/26
갑작스런 불안감이 밀려온다.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나를 애워싼 느낌. 하지만 그것들의 시발점은 나다. 모조리 나의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다. 매순간 깊은 고민없이 선택해왔던 것들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곧 어떠한 상황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불안감. 나는 항상 선택의 시작은 현명하지만 결과 직전의 선택은 참으로 멍청하다. 어딘가 망가졌고, 녹슬어가고 있다. 어디선가 오래된 나사의 괴성이 들리는 것 같다. 계속 소리친다. 나, 곧 여기서 빠질 것 같아. 차라리 나를 뽑아서 버려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줘.
머리로는 알지만 행해지지 않는다. 붙잡아 줄 누군가는 없으며, 기댈만한 곳은 없다. 다들 자기들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만하며 다가온다만, 내 눈에는 보인다. 아, 참으로 역하다. 나는 그대들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는 있으나 나는 한없이 고꾸라진다. 떨어지고, 추락한다. 터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가끔 이렇게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모조리 놓아버리고만 싶다. 나를 생각하는 타인의 흐름을 타고싶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자꾸 상상하는 거지. 사실 남들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하면서도.
나에게 원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느껴지는 순간 역해진다. 토악질이 밀려나오며,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쌓이기도한다. 가끔은 벽을 내리치고, 간헐적으로 이마나 뺨을 때린다. 남을 혐오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인지, 남 행동에 치가 떨려서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건, 인간은 더럽다는 거다. 나도 한낱 인간에 속한다는 것. 결국은 그게 제일 화가나는 거겠지.
아, 쌍욕을 속으로 수백 번 외치는 새벽이다. 결국 아무도 듣지 못했다. 소리없는 아우성은 공감각적 표현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다.
혼자라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기. 시간을 흘러보냄을 자랑스러워 하기. 포기의 미덕을 알기. 브레이크 걸기. 평범하게 살기. 무엇인가를 덧붙이지 말기. 멋대로 생각하지 않기.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인정하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사랑받아야 마땅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음을 되뇌이기. 무조건적인 혐오는 나를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기. 지금 이순간 아무도 나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인간을 존중하기. 아등바등 전부 떠안으려 하지 말기. 아무것도 안해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되기. 하나만 잘해도 칭찬받는 사람되기. 시작 전에 불안해하지 말기.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기. 타인의 지적에 스스로를 혐오하지 말기.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