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명26
마지막 말을 적어야 한다면
나를 기억해줬던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종종 궁금해하고 이따금씩 떠올리며
나를 존재하게 해주었던 그 모든 이들에게
미워하고 증오했다고 전해주세요.
당신들의 무관심에 나는 단순히 사무치고 말았다고
그저 담담히 전해주세요.
나의 편이라고 선뜻 말해주었으나
나의 편이되어주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랬던 것처럼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달라고
그렇게 전해주세요.
이따금씩 궁금해하고 자주 잊어가면서
그렇게 떠올려주세요.
단순했던 사람입니다.
물어오면 곧게 답하고
나를 기억하고 궁금해하면
온전히 사랑했던
언제나 어린 날에 머문 사람입니다.
저무는 해를 보며
오늘도 살아남았구나 감동받으면서도
밤이 두려워 물기 가득한 마음을 안고
고요하고 외로운 밤 길을
아름답다 말하는 사람입니다.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숨겨진 것을 느꼈을 뿐이고
숨기는 것을 보았을 뿐입니다.
당신들은 결국 나를 사랑하지않아서
그래서 사랑했습니다.
불친절한 글을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서
친절한 글을 쓸 만큼
사랑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내 구멍의 깊이는 너무도 깊어서
만족할 수 없었다는 것.
당신들은 그 자리에서 사랑했다는 것.
아무 것도 채울 수 없는 구멍을 가졌다는 것을
너무 작을 때부터 알아버려서
자랄 수록 함께 깊어져버려서
그 끝 지점이 어디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나는 사랑 안에 혐오와 증오를 담았습니다.
그뿐입니다.
서바이벌에는 최후의 승자가 있습니다.
나아가고 전진하고 멈추었다 돌아보고
다시금 나아가다가 화면이 멈추었을 때
VICTORY
그 단어가 가득 메워지기를.
모두를 사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