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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과 욕심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비단향F 2021. 1. 25. 17:41

실리콘으로 막은 큼직한 구멍

분명 나는 한시에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네시 쯤으로 옮겨놨다.

 

오늘은 방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설치 기사님이 설치를 모두 마치고 집을 나서며

설치하기 정말 어려운 집이네요.

눈 알이 빠질 뻔 했어요. 라고 했다.

엄마는 웃으며 고생하셨어요. 하고는 돌아서며

대답하기 난감했네, 라고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종종 뭘 원하는 지 모를 말을 할 때가 있다.

나는 항상 그게 참 어렵다.

 

창문 옆에 오백원 동전 10배는 족히 넘을 구멍이 뚫렸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려면 감수해야된단다.

굵은 관이 통과되고 있지만,

어딘가 휑하다.

 

오백원보다도 큰 저 구멍이

나를 네시로 옮겨놓았나.

여름을 시원하게 나겠다는 욕심이

나를 옮겼나.

욕심이, 나를 옮겼나.

잠깐, 나는 욕심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