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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글에는 사람이 없다.

비단향F 2021. 1. 25. 17:46

상황설정, 문장은 손 댈 구석이 없다.

라고 말한 뒤 한동안 침묵한다.

그 사이 내 눈은 내가 적어내린 문장들을 훑어 내린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쓴걸까.

저 구닥다리 같은 허접한 묘사는 어디서 배워먹은거지.

한심한 문장에 집중할 때, 내 글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상황은 있는데, 그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만 있을 뿐

역동적인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단다.

욕망, 개성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단다.

내게 숨어 있는 욕망과 개성을 담아내는 일.

발굴해내기엔 아직 여린 손을 갖고 있어 쉽지가 않다.

비좁은 지하철 안에서 내가 쓴글을 읽고 읽어봐도 어디에도 내가 없다.

 

상상하고 되어주기.

철저한 되어주기를 갈망하나.

예상치도 못한 지점에서 되어주기가 완벽하다는 칭찬을 받는다.

내가 보기엔 다른 문장들과 다를 것이 없는데.

너희들은 이렇게 소통하고 공유하는구나.

오늘도 나의 결여에 대해 알아간다.

보험판매원이 되고, 부모의 산소 앞에서 울며 절하다 업무전화를 받는 남자가되고,

따이루런이되고 지문이 닳아버린 미용사가되기도 하며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탄 우체부였던 노인이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그 속에 숨어버린 욕망을 찾는 일.

이게 뭐가 좋다고 또 다시 돌아왔는지.

어떻게 해야 살아 움직이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