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명12
오, 나의 루틴*에 대해
태어난 지 백일 된 200kg 코끼리의 발은 부드럽다. 먹이을 찾아 사막을 헤집던 아기 코끼리의 발에 가시가 박혔다. 깊이 파고든다. 우직함과 아둔함의 사이에서 아기 코끼리의 발은 여전히 부드럽다. 코끼리는 귀가 밝아 수 km 밖의 소리조차 감지한다. 그들의 청각은 오롯이 내 친구의 위안을 위함이며 나의 부모 자식들의 안전을 위함이다. 1000kg을 거뜬히 들어 부시는 어미 코끼리의 코 주름 사이에는 굳은살이 베겼다. 돌과 같이 딱딱한 어미 코끼리의 발 밑에서 짓이겨진 호랑이를 세어보자, 커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잡스러운 소리. 그대로 흘려보낸다. 상아로 들이 받아 아기 코끼리 앞에 내던진다. 아기 코끼리가 왼 앞발을 들어 올린다. 어미 코끼리의 눈이 깜빡인다.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아기 코끼리의 오른 앞발이 기운다. 쓰러진다.
부드러운 어린 것을 씹어갈기던 그의 발은 여리다. 새로 산 구두에 뒷꿈치가 까지기도 하며,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날에는 엄지 발가락의 살이 밀려 물집이 차곤 한다. 어느날 그의 발에 방아깨비가 올라 앉았다. 아둔한 그는 미처 알지 못한다. 방아깨비는 방아를 찧어서가 아닌 엉덩방아를 찧어 방아깨비가 되었나. 여린 그의 발에 올라 앉은 방아깨비는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으로 내리 앉았다. 그는 여린 발로 방아깨비를 밟자 아, 젠장! 하고 소리 질렀다. 향후 25년 뒤 그는 6톤의 25살의 아기 코끼리에게 짓 밟힐 터다. 아기 코끼리는 3km밖에서 새끼에게 젖을 주고 있은 친구에게 음파를 쏜다. "아, 젠장!"
혀와 같은 부드러운 발을 서로 핥으며 가시를 받아내는 그들의 앞에는 결국 "젠장" 이 남을 터다. 부드러운 어린 것을 씹어갈기던 그들의 코에는 그득한 핏 자국만이 남을 테지.
코끼리는 전쟁에 동원되었던 적이 있다. 코끼리는 작은 총성에도 놀라는 작은 심장을 갖고 있다. 전쟁에 동원된 코끼리는 수년 간 자신을 돌본 친구를 등에서 떨쳐내고 부드러운 발로 짓밟고,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친구의 귓가를 후려쳤다. 우직함과 아둔함의 차이, 당신의 **루틴에 대한 나의 속 행동이다. 당신들의 발이 평생 부드럽기를.
*,** 루틴(명사)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위한 일련의 명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