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1. 1. 26. 15:13

 

 

나는 그냥 모두가 무던해졌으면 좋겠다. 화도 내지않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하지만 다들 복잡하고 모순에 속하는 인간이어서 쉽사리 생채기가 나곤한다. 그래, 너네는 모두 얕은 살갖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들의 근육은 매우 질겨 결국엔 무뎌진다. 다만, 무뎌진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무뎌지는 거겠지. 감정의 흐름이 요즘따라 멍하다. 요즘은 흐름, 틈 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순간의 흐름마다. 시선의 흐름마다. 호흡의 흐름마다. 틈을 발견할 때마다. 틈을 비집고. 틈을 만들고. 틈을 비우고. 나의 틈에는 어떤 흐름이 담겼을까. 누구나 자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한다. 근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걸까.

 

다들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나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게임을 하다가도 그냥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가 바라는 건 죽음이 아니라 소멸이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않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그런 거. 나를 궁금해 할 사람을 기다리면서 정작 그런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면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까. 모순적이다. 그래. 나도 결국은 인간인 거다. 이럴거면 그냥 철저한 소시오패스로 태어나지 그랬어. 어정쩡하게 놓인 내 위치는 언제나 분주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전진이다. 사실 발은 퇴보하면서. 전진하고 있다고 믿는 멍청이.

 

아름드리 피어나는 꽃들과 열매는 제 몸 바쳐 피어나는 거다. 나는 언제쯤 내 몸을 바칠 수 있을까. 복잡하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주문을 걸어야한다. 다들 아무 의도 없다. 다들 결국엔 사람일뿐이다. 하지만 다들 비정상적인 모습을 숨기고 살고 있어서 내 주문은 언제나 엉터리로 머문다. 결국엔 다들 떠날거니까. 나는 항상 남겨져 있는 쪽을 택했다. 나는 발전이 없으니까. 나는 그냥 고여 있는거지. 그래도 한 번씩 누군가 발을 담궈 썩지는 않는 그런 거. 썩을만하면 교배한다. 새로운 물방울은 항상 나를 일렁이게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지. 점점 나는 탁해진다. 인간을 이해할 수록 내가 사라지는 기분. 나도 그냥 평범한 문장으로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인간을 흉내내는 곤약인간. 결국 곤약은 나였으려나.

 

나의 정신병에 대해. 가장 고치고싶은 무언가를 꼽으라면 편집증이 아닐까. 밥 먹었느냐는 일상적인 질문에도 '아무 의도 없을거야.'를 곱씹는 나를 발견하면 헛헛해진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면서 의도없음을 곱씹는 나는 자꾸 도태되는 기분이다. 아는 것과 행위하는 것은 언제나 불일치다. 나는 불일치하는 인간. 정답은 왜 항상 그린인가. 탈락은 왜 항상 레드인가. 나는 모르겠다. 다들 그냥 무던해졌으면. 다들 그냥 검은색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죽도록 나를 사랑하고싶다. 이렇게 비공개글을 적으면서도 '남들도 똑같은데'라는 문장이 나오는 걸까. 남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따위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나를 사랑하고싶다. 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나는 이래. 진정 나를 위로할 줄 모르는 사람. 나에게는 채찍질만 주는 사람. 당근만 주는 사람이 필요해서 나는 자꾸 연애를 하나. 연애는 당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나를 밀어넣는다. 남자에게로. 밀어넣는다. 나는 그냥 나로서 존재할 수가 없다. 인간은 참으로 불안정하다. 왜 불안정하게 태어나서 살아가는 걸까. 사실 소멸했음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나를 위한 거다. 그냥 죽기는 무서우니까.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을 택하는 게 이 세상에서는 무기니까.

 

​결국 잊혀질 테니까.

 

나는 왜 흐름마다 우울이 박혀 있는가. 나의 우울증은 그거다. 우울함이 와도 나는 내 우울을 분석해야 하니까. 아무리 분석해내도 이유는 없는데. 나는 분석하려 든다. 왜지. 무슨 이유때문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싶은 걸까. 나의 우울을. 보여줄 때는 막상 꺼려지면서. 피하면서. 나는 내가 너무 싫다. 그냥 콱 뒈져버렸으면. 그냥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싶다. 나는 항상 소멸을 원한다. 소멸. 소멸. 그러니까 기억으로의 소멸.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아니하고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라지기를. 아. 나는 그래서 기록을 하는구나. 나는 나와 관련된 것들까지 소멸되기를 원하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소멸이길 원하면서도. 한 명쯤은 나를 기억하기를.

 

나는 빌고 빈다. 내 장례식을, 아니 장례식을 못하더라도 나의 죽음을 기리는 이를 볼 수 있기를.

 

​이순간에도 나를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그러니까, 혜지 뭐하려나. 이런게 아니라. 혜지 살아 있으려나. 따위같은 거. 나의 생존 여부를 걱정하는 사람 말이다. 어느날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쌓였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니까. 아......모르겠다. 그냥.. 진짜... 사라졌으면. 사라졌으면. 사라졌으면. 모든 것들이 다 소멸해버렸으면. 사라졌으면. 사라져라. 사라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