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0. 10. 6. 11:56

 

변명3

신을 사랑하는 무신론자에 대해

가장 사랑하는 인간들에게. 믿지않음을 선사하고자 하는 무신론자의 수많은 나열들은 결국 가장 신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증명하곤 한다. 구분지음을 좋아하던 한 수학자가 그어버린 단 하나의 선으로 모든 수식이 틀어지듯, 결과를 예상할 수가 없다. 악법도 법이다. 말장난과 다를 바 없는 그 철학자들처럼 말이다.

철학책을 읽지않는다. 1년 전 무심코 구매해버린 "어루만지다" 라는 심리와 철학이 가미 된 사랑의 철학책은 1페이지도 넘기지 못한 채 책장에 쳐박혔다. 다양하게 나뉘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단 하나의 집단을 인지하고 있을까. 그들이 집단을 영위하는 이유는 포만감일까, 허영심일까. 오로지 현재만을 인지하며 끝나지 않는 하루를 연명하는 고양이의 오늘은 과연.

추악한 인간의 본심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느 곳에 속할까. 사랑하기에 사랑하지않고, 믿기에 믿지않는 모순적인 철학자들의 말장난 속에서 우리는 대체 어디로,

하루만에 뒤바껴버리는 그대들의 의견에 진절머리가 나버린 철학자들이 땅으로 꺼져버리길, 작은 발굴림 하나만으로 모든 세상이 뒤집혀져 버리길, 이 곳에 남은 것들은 오로지 두 발 달린 물고기뿐이길, 자기 똥을 먹이로 알고 먹어버리는 그런 붕어들뿐이길, 오히려 붕어는 우리보다 고차원의 생각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뇌가 펑 하고 터져버렸을 지도

뒤틀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여전히 인간의 추악함을 싫어하는 무신론자는 신에게 고백하고 있을 터다. 당신은 존재하지 않다고. 내 곁에 있던 적 한 번도 없다고. 투정어린 고백을 초 사이마다 흘려보냈을 터다. 흘려보낸 무신론자의 손은 맞잡았을 터며, 그 손은 이마에 두 무릎은 정갈히 꿇어 앉고 두 눈을 감았을 테지.

눈 감는 것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무신론자의 하루는 과연 어떤 것일까. 남들도 상상해보고, 느껴보고, 견뎌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