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2. 2. 21. 13:08

2018.02.23 첫 번째 대학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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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히 버스를 기다렸다. 1시간 걸려 도착했고 교내에 3분 머물렀다. 그리고 3시간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두정역을 가는 버스와 천안역을 가는 버스 정류장 사이에 앉아 버스가 올 곳을 바라봤다.
오늘은 나의 졸업식이다.

무엇을 얻었나, 묻는다면 두 손에 들린 상장과 소정의 상품 뿐이리라. 검은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파란 숄을 두른 학생들을 보며 거리감을 느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사이에는 최소 200km라는 거리가 존재하며, 사람 사이에도 그 거리가 존재한다던 박민규의 말처럼. 길 건너 학생들의 존재가 200km 떨어진 채 보였다. 나도 네들과 같은 졸업생이란다. 그것도 수석졸업생. 속으로 중얼이며 저들이 빨리 내 눈에서 사라지길 바랐다. 당시의 감정이 무엇인지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다소 냉소적이고 비관적을 생각을 하며 20분이 흘렀다. 앞으로 바뀔 건 없고 바꿀 수 있는 건 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3년 전에도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오늘과 같은 감정을 느꼈으니까. 나는 언제나 저들과 최소 200km정도 떨어진 인간에 머물겠지. 부던히 노력하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그런 것 같다. 이 감정의 이유는.

한동안 나를 배척했던 아버지는 홀로 졸업식에 다녀온 나에게 속상했겠다며 미안하다했다. 아빠, 초콜릿 안줘서 삐져가지고 졸업식이라는 내 말 들은 채도 안했잖아. 여전히 속으로만 곱씹었다. 남을 탓하는 말들은 언제나 내 속을 돌고 돌아 휘발된다. 오늘도 휘발될 날들 중 하나겠지.

그럼에도 나를 생각하던 이들의 시간은 언제고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 터다. 지옥이라면 지옥이었던 지난 2년동안 부던히 나를 바깥으로 이끌어낸 너희를 온전히 되새기는 밤이다.

집에서라도 사진을 찍자며 안방에서 이불을 들고 나와 배경을 만들고 소파에 앉아 전문 사진사처럼 사진을 찍는 엄마를 보며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내일이라도 학교에 다시 가자. 내일 오전에 사진관을 예약하자. 이루어지지 않을 말이지만 그럼에도 뱉어내는 저들의 감정을 나는 왜 알 수 있는 건가. 이해할 수도 이해해 줄 의향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건 은근히 나의 기분을 살피는 부모님의 옆에 앉아 다 식고 반쪽만 남겨진 찐빵을 한 입 베어 무는 것 뿐이다.

오늘은 나의 졸업식이다.
나는 3년 전에도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글을 사랑했다.
언제나 글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감사한 마음만을 되새겨야지.

 

2022.02.18 두 번째 대학 졸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