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2. 2. 24. 01:08

대놓고 한 번은 물어보거나, 거리를 두거나. 나는 아직 잔 정에 휘둘리는 사람이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확실한 선을 좋아하고 구분지음을 좋아한다. 그에 따른 감정은 나의 책임이니 탓하지는 않겠다. 멍청한 사람이어서 약간의 호의만으로도 모든 것을 줘 버리고, 감정이 커질 수록 스스로 문을 닫는다. 그게 나다.

감정을 제어할 수 없어 항상 혼자 애먹고 생각하고 단정짓고 끝맺는다. 끝맺음에는 항상 혼자 슬퍼했다. 아무도 내 끝을 몰랐고, 알고싶어하지 않았다. 매달리는 것이 아닌 매달리고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그 또한 쉽지만은 않다. 매달리지않으면 도저히 관계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서로 불편해지는 관계만 될 테니 오래 유지될 리가.

너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만 공유해야겠다 다짐했다. 사실 오늘의 시간동안은 그것 뿐이었다. 생각만, 실행은 또다시 실패할런지. 알 수 없다.

내일은 또 무엇을 하며 흘러보낼까, 언제부턴가 달의 왼쪽 사선 밑에 위치한 위성 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인공위성일지 달의 감정 뭉텅이일 지 궁금하다. 그 곳이 무엇이든, 어떠한 잔해가 남아 있으리라. 지구를 뚫고 뒤집어 쓴 오물 덩어리가 달라 붙어 있을지 달의 태반이 달라 붙어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슬며시 다가와 입술을 들이미는 개처럼 나도 단순해지고만싶다. 우울의 근본을 찾고싶은 하루, 8년 째 밤이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