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2. 3. 29. 23:54

 

가끔은 엄마, 라며 울부짖고싶다. 나의 결핍이 단 하나의 문장과 순간의 눈빛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비탄하고 스스로의 약함이 부끄럽다. 한 아이에게 교실 안에서 맞고 들어온 날, 창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수많은 눈동자를 쉽게도 잊었던 나는 그날 밤의 두 동공을 잊지 못한다. 아무렇지않게 학원을 가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간 나는 한낱 여중생이었다.

 

 

바르지는 않았으나, 악하지는 않았다. 나는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따돌리는 그들에 속하고싶었고 위로받지 못할 사람임에도 위로받고싶어했다. 선함보담은 추악함에 가까운 날과 나였다.

 

 

엄마, 괜찮냐는 질문이 듣고싶었어요.

 

 

그 이후로 내 손목은 남아나지 않았다. 따돌림이 시작됐고, 수업도중 화장실로 뛰쳐나가 스스로의 뺨을 쳐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메세지였다. 아, 스스로도 부끄러운 나야! 언제쯤이면 추악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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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도 부끄러운 나야! 언제쯤이면 추악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건물 사이 소나무는 허리가 곧다.

유한 곡선으로 사랑받는 소나무는

길 사이에서 청테이프를 붙이는 찬밥신세,

기둥에 털이나면 저 섬나라 소나무라던데

어찌 우리꺼는 항상 어여쁜가.

 

줄기 사이 붉은 속내는 우리를 뜻하나

좌로 우로 살짝씩 굽은 곧은 허리에

절벽 위 아슬한 그것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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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나무 이름은 리기다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