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향F 2022. 3. 30. 23:17

엄마가 그랬다.

발길질이 억세서 남자아인 줄 알았다.

그러자 아빠는,

그래서 네가 나왔을 땐 다들 아무 말도 안했어.

라며 웃었다.

 

그 속에 숨겨진 그들의 감정을 이해했을 무렵 나는 이렇게 변해버렸다.

오히려 나는 태아였을 적 강했던 퇴보하는 인간.

그래도 강했던 적은 있으니까

다시 강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동의 없는 목표를 세워보고는 한다.

목표가 무너진다면 그 또한 어떨까.

나는 이미 무너진 목표들을 뒤로하고

잠드는 법을 배웠다.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고 말해야한다.

지금 너는 나에게 미안함을 바라고 있을 테니까.

지금은 고맙다고 말해야할 타이밍일까....

누군가를 만나면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눈치 보느라 바빠 기운이빠진다.

평생을 계산하며 살다보니, 지금 내가 무얼 느끼고 있는 지 순간마다 망각하곤 한다.

나는 지금 너에게 미안한걸까,

짜증이 난걸까..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짜 뭐였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아 수면제를 먹었다.

내일이 마지막 자유인데,

내일 하루를 잠으로 채우려고한다.

이런 정신상태로 무얼 바꿀 수 있을까.

나는 또, 시간도 돈도 버리는 미련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망치고싶다. 알수없는 무언가로부터.

나는 항상 웃으며 도망치는 꿈을 꾼다.

너 말고 나를 기다려줄 이, 누가 있을까.

다시 돌아오면 내가 있을 곳이 남아 있을까.

어떻게든 나를 남기고자 발버둥친 삼일이 소득없이 끝났다.

아니, 어쩌면 하나 쯤은 있을 지도..

내 생각 뿐일 수도 있지만.

아, 그보다 보고싶을 땐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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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덕분에 그나마 버텼던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