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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º*º 쓰다 º*º*º/˚나의변명


변명21

무력과 무기력에 대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경계하라.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다. 언제나 시간의 틈들은 나를 갉아먹을 준비 태세가 완료된 상태였다. 허나, 틈을 받아들이니 더는 나를 갉아먹지 않았다. 받아들이는 것과 망각은 이토록 같은 범주의 개념이었나. 무력함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내던진 채 살아간다. 생각하지 않는 지식인은 그렇게 점차 견고해진다. 무력함은 귀가 얇은 것과 상관관계가 깊다. 무력하니 나를 잃고 나를 잃으니 기준이 사라진다. 기준이 사라지면 언제나 주변의 것들이 기준이된다. 그렇게 점차 유지할 힘을 잃는다. 그게 바로 무력함이더라.

무력함은 언제 나를 좀 먹었나. 사실 무력함은 틈을 경계 할 필요 없다. 무력함은 내장 깊은 곳에서부터 에너지를 발산 시켜야만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 에너지는 어떠한 계기일 수도, 어떠한 생각일 수도, 어쩌면 '그냥' 생겨났으리도 있다. 다만, 아직 내게는 그 에너지가 발산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력함은 그 자체로 평온하고, 온전하다. 가히 "완전"이라 부를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무력함은 안개 낀 밤하늘과 같은 거다. 신비롭고 을씨년스러우며 매혹적이면서도 건조하다.

틈을 받아내고 무력함을 받아냈지만 지금으로 이끈 건 무기력 하나다. 도저히 무엇도 감당해 낼 수가 없다. 자그마한 스트레스도 수십 배의 크기로 축적되고 만다. 오히려 몸으로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가 좋았다. 위가 꼬이고 두통이 오고 내장 어느 곳에 염증이 생겨 열이 끓을 때가 더 좋았다. 쌓이고 쌓이는 스트레스들은 어딘가에 존재한다. 존재하고 크기는 가늠 할 수 없다. 분명 어딘가에서 터지고 말텐데. 무기력은 그렇게 스트레스를 이상반응으호 표출해 낼 기운조차 없애버렸다. 온전히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단전에 묻어둔다. 묻어두는 기운 말고는 단 하나도 남아나질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대하는 것도,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것은 기운이 아무 것도 남지 않음이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 그렇다. 인간의 추악함만을 떠올려서 그렇다. 상담사의 조언대로 sns를 시작했다. 긍정작용만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건 그녀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인간을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사랑할 기운이 도저히 남아나질 않는다. sns 속 정체모를 누군가의 추악함이 내게 당도하는 상황을 상상한다. 너무 과한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그럴 법한 상상이다. 사랑하던 애인과 경찰서에 가고 사랑하던 애인에게서 팔려나가는 나의 사진을 발견했다. 스토킹을 당하고, 사랑하던 밤 길의 산책을 잃었다. 인간에게서 도래한 상처는 인간으로 잊는다. 오래된 선조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인간에게서 상처가 도래해야한다는 대전제만큼은 바뀌지를 않겠지. 무기력은 이런 것에서 비롯된다. 바뀌지 않을 대전제. 그 대전제는 없던 신도 만들어 믿게 만든다.

무력과 무기력, 오늘의 나는 이 녀석들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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