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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º*º 쓰다 º*º*º/˚나의변명

 

변명8
 
사이에 난 길, 샛길에 대해
 
누구나 하나 쯤은 갖고 있을 구덩이 속에는 저마다 다른 것을 담아뒀다. 하나 씩 묻을 때마다 삽으로 파헤치고, 삽의 등으로 툭툭 메꾸는 그런 구덩이 말이다. 구덩이 어느 곳에는 날이 닳아버린 삽 머리가 들어 있을 수도, 지나가던 민들레 씨앗이 담겼을 수도 있겠다. 한 번 흙을 뒤짚어 버리면, 본인의 구덩이에 무엇이 담겼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유다. 무엇을 넣었는 지는 기억해도 무엇이 남아 있는 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다. 넣어둔 무언가가 흙과 함께 삭아버리면 민달레 꽃 몇 송이가 피어 오를 터다. 사람들 구덩이 사이 예쁜 꽃이 피어 있는 이유다.
 
그대들이 피운 꽃은 어떤 꽃인가?
 
거름에 따라 달라지는 꽃을 가졌는 지, 항상 민들레 꽃만을 피우는 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존재한다. 누군가는 꽃동산을, 누군가는 파헤쳐진 땅덩이를,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땅덩이를 가졌을 거란 것.
 
비가 온다면?
 
사이마다 구멍이 뚫릴 터다. 새어나오고, 알지 못했던 것들이 튀어 나오며 그대들의 꽃 동산을, 파헤쳐진 무덤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땅덩이를 더럽힐 터다. 사람들은 쳐다본다. 생겨난 물 길을 따라 떠다니는 추악한 추억들을. 영악했던 행복함을. 구덩이 사이마다 생긴 통로를 통해 여기서 저기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무언가들을 보며 사람들은 그새 시들어버린 꽃을 주워 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땅덩이를 가진 사람도 구덩이 속에 꽃을 묻어뒀더라. 시든 꽃을 모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비가 멈추자 자신의 입 속에 꽃을 쑤셔 넣는다.
 
한참을 서 있다가 꽃을 다시 피운다. 물 길을 따라 꽃을 심고 다시 삽을 들어 흙 속에 꽃을 파묻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구덩이 사이에는 샛길이 없다. 예쁜 꽃을 피우고, 묻고, 섞고, 삭고, 비가 내리고, 무너지고 반복한다. 샛길 없는 구덩이를 뛰노는 자신의 어릴 적을 바라보며 구덩이를 채운다. 잘못 건든 구덩이에서 옛적 추악함을 발견하길 바라며, 그대들은 오늘 몇 개의 구덩이를 팠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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