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불면이란 무슨 의미일까, 잠시 고민했던 하루.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질병' 중 하나이니, 어느 누구에게 토로할 수 없는 거다.
•어렵게 고쳐 나왔지만, 다시 불면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 깊은 우울에 빠지고 마는 거다.
•그러다 우울에서 빠져나오면 "오늘도" 구나 하고 넘어가는 거다.
•새벽 세시 삼십분 동일하게 들려오던 대문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거다.
•버텨내야만 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거다.
•후회하기 싫어 발버둥치는 시간이 길어져, 기력이 점차 빠져나가는 거다.
•몸은 잠들고 정신은 깨어 있어,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를 멈출 수 없는 거다.
•모래를 삼키는 코끼리
•메달려 올라가는 한 방울의 이슬
•하늘을 나는 거미와 그 주변에 떨어진 거미줄들
•펠리컨 주둥이 속 거대한 참치 한 마리
•뫼비우스
•사막 한 가운데의 한송이의 스토크
•개미 다리의 무수한 털
•철장을 뛰어다니는 바퀴벌레
•파란 봉투 속 머리카락
•빨간 눈의 하얀 귀뚜라미
•사자탈을 쓴 갓난 아이
•하늘을 나는 도시락
•갑자기 들어올려진 다리

생각보다 별거 아니어서, 잠깐의 피로만 참으면 된다 생각하고 버틴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소리 하나만으로도 세시 삼십분이 지나고 있구나 알 수 있었던 지난 날들. 더는 핸드폰을 내려놔도, 정신은 깬 채로 멍을 때리고 있어도 더는 시간을 알 수 없다. 유난히 바람 소리가 큰 날, 짖지 않던 마리가 짖은 날. 문득 삼촌이 떠오른다. 오롯이 입만 웃던 그는, 마지막까지 혼자였던 그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욕하고 때리고 집어던지고 가만히 멍때리며 그걸 감내하던 나에게 창문을 열어 젖히고, 도망가라하던 그는. 더는 열리지 않는 창문과 함께 굳게 닫혀버린 새벽 세시 삼십분의 대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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