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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º*º 쓰다 º*º*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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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크롤러_나의 총구는 어디를 향하나 처음에는 단지 공감능력이 결여된 자가 바라보는 사건에 대한 서사인 줄 알았다. 남들과는 결이 다른 목표와 목적의식을 갖고 사건들을 좇는 그런 무자비함에 대해서 말이다. 다만, 단 하나의 장면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단초를 얻어낼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며 줌인하라. 그 자세는 총구를 쥔 살인마와도 같았다. 빛을 뿜어내지만 총알은 발사되지 않는 총. 그가 그러쥔 총은 발사되어 총을 흩뿌리지는 않았지만 그 어딘가에는 피를 쏟아붓게 만들었으리라. 현시대의 총은 이거다. 직접적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마음 속의 상처를 증명해내야하고 보이지 않는 무형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야만 한다. 모든 것들이 주관적으로 변해가고 그것의 기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모호한 상황 속에서 우리..
양들의 침묵_당신의 침묵은 고요한가. 과연 당신의 침묵은 고요했는가. 수많은 양들 중 그 양을 골랐던 클라리스의 의도는 무엇이었을지. 어쩌면 그 양은 본인 자신이었을 수도 있겠다. 대문을 지키는 이 아무도 없지만 도망치지 않았던 자신. 누군가 자신을 꺼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람으로 끝난 이유는 그 끝이 결국은 종말에 달할 것임을 알았을 터다. 봄에 태어난 어린 양은 울부짖고 사람또한 울며 태어난다. 쏟아져나온다. 이 세상에 엎질러지고 ….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거지. 당신의 탄생은 어떠했나. 고요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죽음은 어떠할까. 고요할까. 어쩌면 태어남을 비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 울타리 문을 열어주었지만, 도망치지 못한 양을 나무랄 자격 있는가. 그 양들은 그저 도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삶을 살았..
변명24 사이에 놓인 그 푸른빛에 대해서 잠깐씩 물드는 소리에 대한 생각. 생각 사이마다 스쳐지나가는 호흡과 함께 정지. 내가 읽어온 글과 나의 공통점에 대해서. 근본에 대해 파고들며 그 끝엔 결국 이기심과 욕망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모든 것이 당신들을 무너뜨리기위한 행동일 수도 있겠다. 나는 적어도, 어느정도 넘길 수 있는 책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씩 고르라는 말에 어떤 아이는 인형의 집을. 또 다른 아이는 블록세트를 골라왔다면 나는 작은 10피스짜리 퍼즐을 들고간다. 눈 앞에 높인 100피스에 대해 고민하던 그 어린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와 퍽 닮아 있다. 남들보다 작은 것을 제시하며 불쌍히 여겨달라 애원하고, 결국은 얻어내고자하는 그 영악함을. 다시금 꺼내려는 지금의 모습이 말이다..
2018.09.24 오늘은 기둥이 무너져내렸다. 거친 소리와 함께 굳게 쥔 손은 핸들이 아닌 흔들리는 머리와 죄어 오는 위를 움켜잡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안위는 거른 채 누군가의 안녕을 기리기 위해 그는 떠났다. 그의 탓은 온전히 그에게로 돌아 갈터지만 최측근은 지겹다는 토로와 함께 한숨을 내셨다. 온전한 위로를 얻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다 또 다시 제3자가 되어버린 날이었다. 약간은 버거워졌을 수도 있겠다. 남의 안위가 나의 정신이되는 나날들, 여전히 줏대 없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나에게 집중한다. 그래서 단편 4권을 연달아 읽었나 보다. 책 속 주인공들의 생각이 내가 되고, 나의 행동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는 일이 나의 독서일까? 그래서 기억에 남지 않나보다.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 집중할 수 없나보다. 하..
2018.09.17 지하철 안에서 기침을 하는데 옆에 할머니가 말을 걸었어. 감기 걸렸으면 옷을 왜 .. 하며 내 팔을 건들더라구.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 간지러움때문에 잠시 당황했어. 저 감기 아니에요. 대답하고 잠시 앞을 보는데 더는 못 참겠어서 그냥 내려버렸어.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며 잠깐 의자에 앉아 있는데, 순간적으로 일어나버렸어. 지하철이 전 역에 있으니까 일어났어. 하며 스스로를 속여 넘겼지만 곧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에 잠깐 멈칫하더라. 순간적으로 다시 가렵기 시작했어. 스스로 팔을 토닥이며 괜찮다. 계속 말을 걸었어. 다시 어려지는 중인가 봐, 그냥 어려지는 것도 꽤나 좋은 방법일 텐데. 왜 하필 다시일지 모르겠더라고. 그래도 잠깐의 기우였는 지 그 이후에는 간지럽지 않더라. 나는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버릇..
2018.09.12 그냥 쓰다듬어주세요. 잘했다고, 너의 선택엔 틀린 것 하나도 없었다고. 위로해주고 꿈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냥 뒤에서 안아주고 위로해주세요. 뒤에서 안은 채로 그저 손가락을 꼼지락, 엇갈렸다 풀며 나근한 목소리로 속삭여주세요. 그러다 가끔은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올려주며. 오늘은 골목에 가만히 서서 맥주 한 캔을 마셨어요. 귀뚜라미는 울고, 이따금씩 오토바이가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나를 배려해 뒤도 돌아보지않고 달려가는 오토바이가 고마우면서도 야속했어요. 한 번은 무얼하나 돌아봐 주지, 왜 저러고 있을까 백미러로 한 번은 돌아봐 주지. 가끔은 쓸데없는 배려가 야속할 때가 있더군요. 아직은 어리고 여려 생채기가 자주 나나봅니다. 어떻게든 감추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감추려 노력 하지는 않네요. 오늘도 ..
2018.09.11 나에게 불면이란 무슨 의미일까, 잠시 고민했던 하루.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질병' 중 하나이니, 어느 누구에게 토로할 수 없는 거다. •어렵게 고쳐 나왔지만, 다시 불면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 깊은 우울에 빠지고 마는 거다. •그러다 우울에서 빠져나오면 "오늘도" 구나 하고 넘어가는 거다. •새벽 세시 삼십분 동일하게 들려오던 대문 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거다. •버텨내야만 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거다. •후회하기 싫어 발버둥치는 시간이 길어져, 기력이 점차 빠져나가는 거다. •몸은 잠들고 정신은 깨어 있어,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를 멈출 수 없는 거다. •모래를 삼키는 코끼리 •메달려 올라가는 한 방울의 이슬 •하늘을 나는 거미와 그 주변에 떨어진 거미줄들 •펠리..
2018.09.09 도피와 안식의 그 한끗에 대해, 장장 두 시간을 토론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이 도피를 했기에 안식이 찾아온 것인지, 안식하기 위해 도피를 시도해야하는 것인지. 글을 찾는 너와 나의 차이에 대해 장장 두 시간을 논했다. 무너진 손톱과 후회들에 대해 대신 울어주던 유일한 사람. 후회했기에 후회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음을 아는 그 사람이 어제 네 번 울었다. 나는 웃었고 울지마라 그를 위로했다. 그 뒤로 그는 몇 번 더 울었다. 더는 세지 않았다. 화를 내는 법을 배워가는 요즘, 아직 '운다' 에 대해 미숙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나의 말에 그는 웃으며, 화가 많아지면 눈물도 많아져. 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 이제 글에 글을 싣는 것이 어렵다 느낀다. 글에 감정만 적고, 상황을 읊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