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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º*º 쓰다 º*º*º/˚읽고쓰다

[핑퐁_박민규 작가] 그러게나말입니다.


단언컨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박민규다.
다음으로는 이장욱 편혜영 정용준 김영하 한강 등등 다양한 작가님들이 존재하지만 개인의 취향은 존재하니까.
그러니까, 단언컨데 박민규다.
내 소설의 플롯 스타일과 문체의 모태는 모두 박민규에 있다.


언제나 느끼지만 틀에서 벗어난다.
첫 장에 존재하는 글이지만
글의 어느 순간에 끼어들어도 통용되는 말이다.
틀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개성과는 좀 다르다
뭐랄까, 새로운 틀의 구축이다
아니다. 그냥 박민규의 글들은 박민규 자체다.
인간을 대하는 그의 방식이 글에 녹아 있다.
박민규의 글을 읽는 시간은 박민규가 되는 시간인 거다.


단어 하나로 끝없이 문장을 늘여뜨리는 것.
이러한 구성을 좋아해 종종 따라하고는 하는데 길을 잃은 문단이 탄생하고는 한다.
확률은 반반이다.
언제나 길을 잃지만 그 길을 잃음이 더욱 탄탄한 서사를 구성해주거나, 아니면 새로운 서사가 탄생해버리거나.


말장난과 문단 나눔은 박민규작가의 아이덴티티아닐까.
가수는 음을 갖고 놀고 래퍼는 비트를 갖고 논다면
박민규는 문단을 갖고 논다.
그는 탁월한 가수다.
"다행할수록"이라니. "나는 가혹해지고싶었다."라니. 습작생이 따라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문장들이다. 하지만 갖고싶다. 그의 유려함이.


정말 나의 모태와도 같다.
메세지를 대놓고 던지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로 나아가는 하나의 전음일뿐이다.
그 전음조차도 너무도 거대한 서사를 생성하고만다.
어쩌면 그의 말장난과 단어를 통해 늘여뜨리는 가벼운 분위기는 그 거대 서사를 완화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그러게나말입니다.


타인은 타인으로 존재한다.
그 사이에는 최소 200km라는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겠지.
그 사실을 이토록 유려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진짜 사랑해요 박민규"
육성으로 뱉었다.
영화의 절정, 음악의 클라이막스.


나는 "잠시 머물" 뿐인 인간이고 싶다.
갇혀 살기에 이 세상은 너무 많이 사용되었고
잔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깨달았다.

나는 지독한 인간혐오자지만
그만큼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나는 밤새이어지는 핑퐁 끝에
새와 쥐가 죽고
이 세상을 제거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데 말이다.
이 세상에는 인간이 가득하지만
사람도 "잔존"해 있으니까.

자연을 사랑하지만
나무 데크가 깔린 둘레길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무들의 눈에는 "살목"의 현장이겠으나
나 역시 인간을 벗어날 수 없지만, 사람이고싶은 존재여서•••.

핑퐁이 끝난 후 세끄라땡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언인스톨?"

나라면 모아이처럼 영상을 봤으리라.


+2010이상문학상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침의문)

다음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을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