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지 공감능력이 결여된 자가 바라보는 사건에 대한 서사인 줄 알았다. 남들과는 결이 다른 목표와 목적의식을 갖고 사건들을 좇는 그런 무자비함에 대해서 말이다. 다만, 단 하나의 장면에서 영화를 관통하는 단초를 얻어낼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며 줌인하라. 그 자세는 총구를 쥔 살인마와도 같았다. 빛을 뿜어내지만 총알은 발사되지 않는 총. 그가 그러쥔 총은 발사되어 총을 흩뿌리지는 않았지만 그 어딘가에는 피를 쏟아붓게 만들었으리라. 현시대의 총은 이거다. 직접적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마음 속의 상처를 증명해내야하고 보이지 않는 무형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야만 한다. 모든 것들이 주관적으로 변해가고 그것의 기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모호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총을 맞고 어떤 피를 흘리고 있는가. 아니, 당신은 당신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마저 자각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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